23.07.23.

저는 ‘우연’같은 일들을 참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 일어나는 것에는 그 감동과 자극이 무디잖아요.

좋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예정된’ 일에 느끼는 기쁨과 행복한 기분은 어쩌면 제한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저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을 즐기는 편이고, 그것은 계획적이라는 말의 반대인 ‘즉흥적’이라거나 ‘충동적’이라는 말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 대학 학부생 메일의 앞부분은 ‘serendipity’라는 단어로 시작하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 중 하나입니다. ‘뜻 밖의 기쁨, 행복’이라는 의미이죠.

갑자기 누군가에게 오는 연락, 또는 어떠한 상황, 다급하게 놀자고 연락하는 친구들, 예상치 못했던 일과 기회들이 나타났을 때, 저는 그 상황을 즐기곤 합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갑자기’, ‘우연’이라는 게 정말 존재할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안 된 따끈따끈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작년 연말의 일이 떠오르네요.

작년 빼빼로 데이에 친구들의 빼빼로를 잔뜩 사서 캠퍼스로 들어가는 길에 302번 버스를 탔고,

오랜만에 기사님들 중 유일하게 늘 학생들이 뛰어오면 기다려주시고,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넌센스 퀴즈를 내고는 별사탕을 주시던 기사님을 만났습니다.

저는 지금이 아니면 감사했던 마음을 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친구들의 것은 다시 캠퍼스 내에 있는 편의점에서 구매하기로 결심하고, 내리기 직전, 기사님께 늘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몇 팩의 빼빼로를 건네드렸습니다.

기사님의 입장에서 이런 빼빼로 선물은 우연히, 갑자기 일어난 것이었겠지만 그것은 정말 우연이었을까요?